나해 6월29일 금요일 성베드로와성바오로사도대축일-하늘나라의신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하고 물어보십니다.
예수님께서 왜 "나를 누구라고들 하느냐?"하고 묻지 않으시고 당신 자신을 일컬어 "사람의 아들"이라고 질문했을까요?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일컬어 "사람의 아들"이라고 지칭하신 것은 제자들의 귀에 상당히 거슬렸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일컬어 "저 사람은 목수로서 마리아의 아들"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마리아의 아들이라는 말은 인간적으로 아주 완고한 표현으로 받아들였졌습니다.
보잘것 없고 힘없고 연약한 나자렛 사람의 아들.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산골처녀 마리아의 아들.
마굿간에서 태어나 말구유에 누인 불쌍한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의 마음은 그렇치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스승을 높여서 부르고 싶은 것이 제자들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다른 제자들은 이스라엘에서 메시아로 받아들여졌고 권위있는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셈이죠.
이어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예수님께서 물으십니다.
이에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하고 대답합니다.
이 명쾌한 대답으로 시몬 베드로는 예수님으로부터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베드로를 평범하고 우직하다고 생각하여 베드로가 그리스도도 모르고 한 분이신 하느님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럴 만한 것이 베드로는 갈릴레아 어부였고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베드로를 일컬어 무식하고 평범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사도4,13).
그러나 오늘 베드로가 예수님께 고백한 내용을 살펴보면 어떻습니까?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이 고백은 바오로를 제외한 어떤 사도들도, 교부들도, 신학자나 영성가들도 고백할 수 없을 만큼 깊이있는 "신앙고백"입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에서 살과 피를 지닌 살아있는 사람을 한 분이신 하느님으로 직접 말한 다는 것은 율법에의해 단죄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좀 더 주의깊게 들여다 보면 이 신앙고백은 생각만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입니다.
인간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신앙인들은 신심이 깊어서 베드로가 고백한 신앙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 않겠지만
예수님과 함께 지냈던 제자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차라리 직접 격어보지 못하고 이야기로만 듣던 바오로라면 오히려 더 쉽게 받아들였을 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예수님이 아니라 그들의 조상인 모세와 아브라함에게라면 이런 고백은 쉽게 나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예수님과 적어도 공생활 3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첫번째 제자였기 때문에 늘 곁에 붙어다녔습니다.
늘 곁에 붙어 있어보면 어떻습니까?
인간적인 눈으로만 본다면 처음에는 성인이던 사람이 그다음에는 의로운 사람으로
좀 더 지나면 의욕넘치는 사람으로 그다음에는 부끄럽고 쑥스러운 사람으로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배드로의 신앙고백은 그만큼 중요하고 또 살과 피를 지닌 인간적인 생각에서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알려주시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신비가 계시된 것입니다.
이 신앙고백으로 베드로는 교회의 기초를 놓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행복의 비결을 알려주십니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주변을 바라볼때에 살과 피를 지닌 인간의 눈으로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눈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 지내시면서 두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고백에 머물면서 우리 형제들을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