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이야기

본당과 평신도(사목신학II)

jasunthoma 2011. 12. 19. 22:18

본당이란 무엇이며, 본당 안에 존재하는 평신도는 누구인가?

사목신학II/ 20109101/ 연구2년/ 김용석

역사적으로 본당은 주교가 거주하지 않았던 시골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생겨난 제도였다. 중세 시대에 들어오면서 본당은 신자를 위하여, 신자는 본당을 위하여 존재하는 원칙이 주도하였다. 오늘날 본당의 형태는 트렌토 공의회를 거치면서 등장하였다. 공의회는 ‘영혼의 돌봄’(cura animarum)이라는 사목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공의회 지침은 본당의 모습과 구조속에서 아직도 여전히 발견된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하여 본당은 새로운 인식의 주제로 부상하였다. 즉 본당은 단순히 제도이자 관료적 조직, 기관으로서만이 아니라, 신자들의 공동체로서 신학적-사목적 담론의 주제로 부상하였다.

교회법(83년)적 개념으로서의 본당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공동체(communitas christifidelium)이다. 1917년 법전에서 본당을 “교회의 사목적 조직화”로 인식했다면, 83년 법전에서는 “신자들과 사목자들의 포괄적인 교회 공동체”로 드러난다. 왜냐하면 83년 법전은 본당 관할구역 개념이 속지적에서 속지-속인적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지역 교회(Ecclesia localis)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규정된 장소 안에서, 즉 구체적인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현존하고 드러나는 교회로 인식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당은 관할구역을 극복하고, 그리스도교 공동체로서, 사목의 주체로서, 사목신학 안에서 지역교회로 부각된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본당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의 많은 교회 안에서 볼 때 일상 안에서 본당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본당의 참된 정체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회론적 접근에서 교회적 접근으로 전환하여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구성 안에서 규명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래서 본당은 친교와 선교 안에서만이 충만히 교회적이게 된다. 한편으로 그리스도교의 사회적 상황 속에서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한 본당은 새로운 인식으로서의 “사목적 전환”도 묵과할 수 없다. 따라서 본당의 참된 내적 본성은 현존과 활동의 방식으로 드러나게 되며, 본당의 정체성은 하느님 백성과 복음화의 장소라는 두 개념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업적 가운데 하나는 ‘친교’하는 교회론이다. 이는 법적 제도 교회에서 순례하는 교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또한 친교의 교회론과 더불어 ‘공동책임성’(corresponsabilità), ‘공동합의성’(sinodalità)이라는 개념 속에서 주체들의 공동체로 인식되면서 ‘성직자-평신도’의 구조에서 벗어나 ‘공동체-직무들’이라는 구조로 새롭게 이해되었다. 특히 성찬의 전례는 친교의 성사로서 성체성사 안에서 삼위일체의 모상대로 구성된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것의 유기적 관계성 안에서 본당은 친교의 공동체이다.

이러한 친교는 폭넓게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이루어질까? 바로 세상(세속성)안에서 이다. 즉 본당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성전으로부터 나감”을 지향해야한다. 선교는 교회의 사목활동 중 가장 근본적인 활동이다. 이는 본당의 관할 구역이 지역적인 장소의 경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앙인의 활동영역으로 바뀜을 지향한다. 또한 이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화와의 접촉은 새로운 사목대상이다. 이는 신앙인의 속인적 영역의 증폭으로서 선교적 ‘근접성’의 측면과 더불어 이해된다. 이것은 단순히 보존의 사목에 머물러 있기보다 선교의 사목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친교는 여기-지금, 지금-여기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이다. 즉 영혼의 돌봄에서 복음화의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본당은 성체성사를 통한 구체적인 애덕과 자비의 실현 장소인 것이다.

지금까지 본당 안에서 평신도는 소극적 위치에서 종속적 관계 속에서 이해되었다. 이제는 본당 개념의 지평이 속지적-속인적으로 확대 적용되고 그들의 삶이 펼쳐진 일상의 가정생활과 사회 상황이 모두 사목의 활동 대상에 포함되었다. 따라서 고유한 특성으로서 평신도는 “세속성”(secolarità)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의미를 찾도록 배려된 구성원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목신학적 전망 안에서 우리의 더 나아갈 방향이 있다면 어떤 측면일까? 지금까지 사목은 본당에 국한된 지협적인 사목에 머물러있었다면 앞으로의 사목은 성직자-수도자-평신도의 상호 활동영역의 확장을 통한 유기체적(삼위일체적)인 사목에로 좀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본당은 평신도를 위하여, 평신도는 본당을 위하여 라는 원칙은 변함없이 지속되겠지만 평신도만이 사목의 대상에 머물러 있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요한 3,16)듯이 성직자와 수도자의 세상-사회-문화적으로 적극적인 참여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