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중이야기

피정하는 마음

jasunthoma 2011. 11. 6. 22:02

가을비 빗방울이 작은 마당을 두드리고

무거운 잠 뒤척이며 엉긴 머리를

아침 운동 나온 달팽이가 빗어 내리고 있다.

며칠 비가 와서 그런지 아침 기도시간에 흐르는 침묵에 엄습한 기운마저 감돈다.

하루종일 나린 비에 가벼운 산책도 하지 못하고

창밖으로 바라만 보는 것도 여러모로 피정에 도움이 된다.

현관문을 열고 직접 다가가면 깜짝 놀라 달아날 참새들도

아무런 부담없이 비를 맞으며 제 할일을 하고 있으니 이또한 은총이다.

까까머리 향나무 민둥머리가 연신 웃자라 올라 파르를 떠는 것도

곧 앙상해질 몸에 적응하느라 한참 울쩍해야 할 벗나무와의 약속도

피정하는 내 마음에 들어오니 모두가 하느님의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