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중이야기
앉음의 영성
jasunthoma
2011. 8. 26. 21:38
며칠 전 왼 쪽 엉덩이 뽀록지를 제거하고
꼬멘 자리에 반창고를 붙이니 영락없이 짝 궁둥이 신세가 되었다.
한쪽 엉덩이로만 앉아 있으려니 세상에 이런 불편함이 또 없는 듯 하다.
똑 바로 앉을 수 없으니 하루 종일 도데체 중히 할일이 별로 없다.
지금까지 모든 일과는 일어 섰을 때에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모든 일의 중간 과정에는 신중함을 필요로하고
그 첨예화시키는 작업은 온전히 앉았을 때 이루어 진다는 것을 배운다.
지금까지 앉는다는 것이 이렇듯 소중하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또한 앉지 않고서는 아무리 배를 저어도 흔들리기만 할 뿐
당신이 가까이 오실 수 없는 듯 하다.
정신이 산란해 말씀이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들리는 당신의 말씀을 침잠시켜 안으로 맞아들이는 일은
결정적으로 앉음으로써 그 효과를 발생한다.
앉는 다는 것은 곧 영성생활의 두레박과 같이 느껴진다.
고요히 앉아 아무일 없는 듯한 정적을 느낄 수 있을 때야 말로
당신이 내 안에 거하시려 발을 들이시는 때가 아니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