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덕으로 사순절에 은총을 가득히
오늘은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회개, 기도, 겸덕입니다.
회개는 죄를 뉘우치고 재를 뒤집어 쓰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만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회개는 땅만 바라보며 정신없이 살아왔던 나의 모습을 하늘에 펼져 비추어보고
지상으로부터 하느님에게로 방향을 전환시켜 몸과 마음과 정신을 개방시키는 것입니다.
나를 하느님께 펼쳐보이면 나는 나를 보게되고 나를 들여다 보면 나를 알게되어
결국은 내안에 계신 하느님을 보게되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보게 될 때 곧 회개가 일어납니다.
내가 감추어두었던 비밀을 훤히 알고계시는 분이 하느님이시니
선행을 할때에도 그와 마찬가지로 행해야 함을 오늘 복음은 말해줍니다.
왜냐하면 내가 죄를 지을만한 일을 할 때에 자연스럽게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는 마음이 들듯이
자선을 베풀때도 그렇게 해야 공정하게되고 우리 신심에 중심이 잡혀서 죄가 보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보이려고 나팔을 불며 선행을 한다면
성경 말씀대로 이미 받을 상을 사람으로부터 다 받아버렸기 때문에 하느님께 드릴것이 없게 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가장 귀한 것을 바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쓰고 남은 것이 아닌 아직 쓰이지 않은 가장 아깝다고 생각이드는 새것을 드릴 때 하느님은 우리에게 그보다 더 귀한 것을 넘치도록 베풀어 주시는 것입니다.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아주 새것을 드리는 것은 기도입니다.
그것은 곧 겸손한 정신으로 드리는 기도입니다.
겸덕으로 바치는 기도로 은총의 사순절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