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미리 준비해요<mt 22,1-14>
2005-08-19
즐거운 방학기간이 다 지나고 이제 등교를 해야하는 초등학생 아이가 있었다. 학교가야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책가방을 챙겨주며 옷 매무새를 잡아주고 신을 신겨주며 혹시 뭐 빠뜨린것 없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제야 이 아이는 걱정이 되는 얼굴 빛이 보이더니 숙제 한 가지를 못했다고 제자리에 주저 앉아서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방학동안에 해야할 숙제가 곤충 채집이었는데 하지 못했으니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하며 울기만 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아이를 달래주기 보다는 이내 야단을 치며 지난 주에 개울가에 놀러갔을 때 왜, 말하지 않앗으며 또 그 전 주에는 시골 할머니 댁에 갔었는데 그때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가 오늘 당장 학교가야하는데 어떻게하란 말이냐며 제 속으로 낳았지만 미련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아이를 원망했다.
둘이 한참동안이나 틱택거리다가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하는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어디 집 주위에 곤충이 있는지 찾아보자고 하며 결국은 아이를 달래고 나섰다. 아이의 그림책에 나오는 매미며 풀무치며 메뚜기며 장수하늘소같은 곤충을 보며 어디 있을까 생각해 보았으나 집 주위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가 문득 보일러실에서 귀뚜라미를 본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문을 열고 가스 보일러 사방을 둘러 보니 귀뚜라미 보일러에 그려진 잘 생긴 귀뚜라미가 윙크하고 있었으나 진정 귀뚜라미는 보이지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싱크대 밑 끈끈이에 붙어있던 바퀴벌래랑 홈키파로 잡은 파리와 모기 몇마리와 장판을 들춰서 잡은 발이 많이 달린 벌래들을 핀으로 눌러 고정하고 케이스에 담아 아이에게 쥐어주며 학교에 보냈다.
학교에 간 아이가 숙제를 냈을 때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을까?
예수님께서는 서둘러서 잔치 집에 초대를 받았을 때 아무거나 걸치고 갔던 사람은 쫓겨났다고 말씀하셨다. 미리미리 준비해 두지 않으면 언제 초대장이 날아올지 모르는 하늘나라의 잔치집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것이다. 한낮에 빛이 있을 때 쫓겨나면 되돌아 갈 수도 있지만 빛도없는 바깥 어두운 곳으로 쫓겨 날 것이니 주저 앉아 통곡할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러니 하늘나라 잔치집에 걸 맞는 옷을 꼭 마련 해 두어야 할 것이다.
예복을 준비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 말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이시다. 늘 하느님의 말씀을 갈망하며 마음에 새겨 두었다가 이를 실천하면 하늘나라 예복을 입는 것과 같을 것이다.
방학 동안 인테넷에 빠지고 물놀이에 빠지고 영화관에 빠지고 놀이공원에 빠져서 살다가 등교할 때가 되니까 걱정이 태산같은 아이와 같으면 안될 것이다. 주님께서 초대장을 주시는 날 허겁지겁 걸치고 갈 옷을 찾지말고 구김없이 잘 다려진 예복으로 뿌듯하게 하늘 나라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