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먼저이야기
그대 이사가오
jasunthoma
2008. 9. 2. 00:14
86 -그대 이사가오- 03/09/14
수사님들 방을 옮기는데 짐을 날라주었다.
특별한 날에는 선물을 주고받는다.
선물을 받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필요한 물건은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든지 꼭 사게 마련이다.
좋은 물건이나 소중한 기억이 떠오르는 물건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잘 간직하던 물건이 필요 없어서 버려야할 때가 있다.
어렸을 때 읍내로 이사를 간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가져 가야할 짐만 챙기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저것 모두 가져가고 싶어서 가방에 책과 공책, 필통에 콤파스, 각도기, 삼각자 그리고 세계지도, 구슬, 딱지, 장난감등을 있는 데로 챙기고 남은 것은 보따리에 담아서 마루에 두고 그날 밤잠을 설친 적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군대를 갔는데 진급을 하거나
내무반 편성을 할 때면 으레 관물해 놓은 보급품을 자주 옮겨야했다.
불시에 내무반 검열을 하면 애지중지하던 소형라디오와
추억이 담긴 사진 등을 숨기지 못해 압수 당했다.
결국 훈련소에서 받은 것이 오롯이 제대복장이 되어 가볍게 위병소를 나왔다.
수도원에 들어 올 때 사회생활에 쓰던 것 중
내 나름으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런데 몇 년 지나보니 그것마저도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짐을 이리저리 옮기고 책상과 옷장의 방향을 바꾸다보니
쓰지 않고 방치해둔 추억스런 물건들이 보이는 것이었다.
큰 마음먹고 한번 버리고 또 한번 버리고 .....
이제는 그대 덕분에 홀가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