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먼저이야기
껍질을 부드럽게
jasunthoma
2008. 9. 2. 00:14
84 -껍질을 부드럽게- 03/09/08
형식은 껍질이다.
껍질이 단단하지 못하면 열매는 터지고 만다.
세월이 흘러 속이 부드러워 지면 결실의 계절이 성큼 다가 온 것이다.
이 때는 형식이 몸에서 우러나오므로 자유롭게 행동해도 탈이 없다.
더러는 마음의 광야를 외치고
빌딩 속에 사막을 찾을 뿐
외형은 별 중요히 여기지 않은 것 같다.
한 겨울 이른 아침
눈 덮인 높은 산에 가면 으레 눈꽃이 피는데
바람이 날을 세워 눈발을 머금어다가
여명이 트기까지 나뭇가지에 붙인다.
동이 트면 그 자태를 한참 뽐내는데
두 눈을 바로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다.
해가 중천에 오르기 전에 눈꽃이 떨어지면
언제 하얀 꽃이 피었다 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인적도 없고 산짐승조차 숨을 죽이는
고요한 가운데 변화가 일어났지만
그 곳에 있지 않으면
아무 일 없던 형식일 뿐이다.
오늘은 백인대장 네 분이 종신서원을 했다.
주님의 눈으로 모두 축복을 받아 마땅하다.
아무도 깰 수 없는 단단한 갑옷을 입은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부터 단맛이 우러나오면
단단한 열매는 껍질을 부드럽게 하고
목마른 형제들에게
탁 트인 산소와
시원한 샘물이 되어
모두가 갈망하는 바를 희생으로 선도해 주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