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먼저이야기

물과 바위

jasunthoma 2008. 9. 1. 00:52

6 -물과 바위- 03/03/09

입수련 후 처음으로 수락산을 갔다.

종신수련 수사님들과 분도 수사님께서 함께 하셨는데 먹을 것도 따로 준비를 했다.

산행을 하는 동안 어느듯 산 중턱에 와 있었다.

숨은 할딱거리고, 심장 고동소리는 목덜미를 지나 귓전에서 울리고 있었다.

지원자 때에 책임자 수사님과 벨라도 수사님과 여러번 간 후로 수락산은 이번이 네 번째이다.

그 때에 벨라도 수사님께서는 수락은 물이 떨어진다는 말이라고 하시며

물은 쓸쓸하게 바위로부터 미끄러져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부서진다고 말씀하시며 바위를 물끄러미 바라본 생각이 난다.

날씨가 선선한 탓인지 사람들이 유난히 산을 많이 찾았다.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산 정상쪽에 있는 바위들이 하얀 눈을 머금고 있었다.

그것 또한 며칠 후면 물방울이 되어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

바위가 크고 높으면 그 떨어짐도 더 고독하고 괴로울 것이다.

때가 되면 하얀 눈이 녹아내려

조금은 더 높은 자리에 머물며 구름과 이야기 하고 싶어도

조금은 더 경치좋고 전망좋은 곳에 머물고 싶어도

조금은 더 마음을 터 놓고 지내던 푸른 소나무와 지내고 싶어도

조금은 더 든든하던 바위와 밀착되어 그 품에서 머물고 싶어도

조금은 더 하얀의 깨끗함으로 비춰지고 싶어도

때가 되면 녹아 떨어져

아래에서 기다리던 돌맹이와 함께 구르고 흘러야 할 것이다.

사순시기를 지내면서 무엇인가 손에 움켜쥐고 있다면

이제는 놓아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괴롭고 고독한 떨어짐의 은총을

간절히 구해야 할 것임을 생각해 본다.

큰 바위가 아니고 하찬은 돌맹이가 함께한다 하여도

응고 되지않고 녹아서 맑은 물이 되어

맑음을 관통하여 돌맹이가 비춰질 수 있도록

쥐고 있던 손을 과감하게 펼 수 있어야 함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