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sunthoma 2008. 9. 1. 00:45

1 -열쇠- 03/02/26

수도원 입성한지 만 2년 열 닷세.

드디어 "아이디( I. D) ? 를 받았다.

자물통을 풀수있는 열쇠(쇳때)를 손에  쥐게 되었다.

사도 베드로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지만 일 년간 일기를 쓰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일기란 그날 그날 꼬박 꼬박 써야 함을 알기에

안 되는 줄 알면서 달력이 몇장 남았는지 부터 세어 본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숙제로 내준 일기쓰기가 생각난다.

일기를 매일 3년간 쓰면 문학 소년이 된다며 권장하던

담임선생님 얘기에 일기장을 하나 샀다.

양장으로 된 보잘것 없는 자물쇠도 하나 달려서

일기를 쓰고나면 아무데나 두어도 열쇠로 잠궈만 두면

열어볼 수 없는 일기장을 사들고

석장을 넘겨본 적이 없었다.

몇 년이 지난 후 불현듯 발견된 일기장을 열어보는 순간

[[ 제목; 눈사람 만들기  날짜; 19   년 00월 00일  요일; 00  날씨; 매우추움

나는 오늘 눈사람을 만들었다.  -끝_ ]]

이젠 일기장을 부지런히 써서 넘겨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