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중이야기
고독의 은총
jasunthoma
2008. 2. 23. 21:43
제대위에서 뿌려진 고독은
하루 사르기에 합당한 등잔 속 기름이 된다.
단 한 번의 참회로
영원히 샘솟는 눈물을 마실 수 없고
차가운 두 가슴을 태워버릴 수 없다.
뉘라서 가던 돌밭길을 멈추고 젖은 두 손을 모아 들어높일 수 있으랴.
여행 지팡이를 뉘어서 빵과 포도주를 내려놓으면
저 봉창터져 깜박이는 위태로운 주마등은
도시의 꼭대기에서부터 펼쳐지는 주름진 대륙을 아로밝혀
곧 반석제단의 횟불이 된다.
당신은 유순한 마음을 내려 주시고
딱딱한 계명을 홀대하신 분
당신께 드리는 찬미노래가 고운 선율을 타지 못해도
당신은 되려 아름다운 메아리로 내 귓전을 울려주신다.
내가 당신 안에서 숨쉬며 느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속삭임은 말씀이 되고
말씀은 오늘의 은총이 되어
단단한 두 얼굴을 부드럽게 합일해 올려주신다.